[수원포럼] 국제기구로 거듭난 'WTA'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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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포럼] 국제기구로 거듭난 'WTA'에 거는 기대
  • 김갑동
  • 승인 2019.07.2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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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동 수원일보 대표이사

 

‘암 정복보다 화장실 시설 개선이 인간의 수명 연장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암 정복으로 늘어나는 인간의 기대수명이 5년이라면, 화장실 개선으로는 30년’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논리의 비약일까? 지금과 같은 현대식 화장실이 없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생각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민간구호단체 월드비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인 25억명이 위생적인 화장실 없이 지낸다고 한다. 그중 10억 명은 아예 화장실이 없이 살아가고 있다. 결과는 매우 참혹하다. 설사와 연관된 병으로 한 해에 5세 미만의 아이들 76만 명이 세상을 떠난다. 하루에 약 2080명, 시간으로 42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설사를 하다가 죽는 셈이다. 화장실만 제대로 갖춰도 인간의 기대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일찍 이를 간파한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은 1999년 시장 재직 당시 ‘2002년 월드컵’에 대비해 화장실문화운동을 시작했다. 전국 최초다. 그리고 수원의 화장실을 ‘휴식과 배려가 있는 문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아울러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화장실’로 생각의 폭을 넓혔고, 그의 노력은 2007년 결실을 맺었다. 그해 11월22일 세계 66개국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세계화장실협회(WTA)'가 탄생했다.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고인은 제3세계와 저개발국가에 화장실 보급 및 개선, 물 절약 및 수질오염 방지 등의 사업을 주도했다. 30여년간 살던 집도 허물고 아예 변기모양으로 새로 지었다. ‘근심을 푸는 집’ 해우재(解憂齋)는 이렇게 탄생했다. 해우재는 수원의 명소 뿐 아니라 국내는 물론 세계적 명소가 됐다. 현장에 가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화장실을 통해 인류의 생명을 구하자’는 바람이 담긴 239㎡짜리 초대형 변기 모양의 집이어서다. 애칭이 ‘똥 박물관’으로 외국인들은 ‘Mr. Toilet House’라고 부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수원시내 곳곳에 특급 호텔급의 최첨단 공중화장실이 생겨났고, 이후 수원시는 ‘세계 화장실문화의 메카’가 됐다. 전 세계의 유수 언론이 수원시의 ‘공중화장실 혁명’을 앞다퉈 보도했다. 공중화장실을 구경하러 오는 국내외 관광객과 벤치마킹단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그 중심엔 물론  WTA가 있었다. 그리고 병행해서 깨끗한 화장실로 세계인의 보건·위생 수준을 높이기 위해 나섰다. 그동안 화장실이 부족하고 위생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공중화장실을 짓는 ‘희망의 화장실 프로젝트’가 전개됐다.

이런 (사)세계화장실협회(WTA)가 최근 보건 · 위생 관련 화장실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의 ‘특별 협의 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를 얻었다고 한다.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특별 협의 지위란 보건 · 위생, 인권 등 유엔 경제이사회 활동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NGO에게 부여되는 지위다. 특별 협의 지위를 얻은 WTA는 앞으로 유엔이 주최 · 주관하는 회의나 행사에 참여해 서면 또는 구두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대 행사를 개최하거나 행사에 참여해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로비 활동도 할 수 있게 됐다.

WTA가 보건 · 위생 분야 국제기구로서 그에 걸맞은 위상을 갖춘 데에는 현 회장을 맡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숨은 노력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 심재덕시장이 2009년 이승을 떠나고 유족이 그의 뜻을 받들어 2009년 7월 수원시에 기증한 해우재를 수원시 화장실문화 전시관으로 재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 관련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올해로 6회째가 되는 '국제화장실문화 콘퍼런스' '세계 화장실 리더스 포럼'을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해 오고 있고 지난해까지 가나·케냐·라오스·몽골·캄보디아 등 16개국에 공중화장실 33개소를 건립하는데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서다.

WTA가 보건 · 위생 분야 국제기구로서 그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게 된 것은 쾌거가 아닐 수 없으며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앞으로 유엔 지위 획득을 발판삼아 각국 정부 · 기관과 협력사업을 확대해 화장실문화 운동을 전 세계로 확산시킬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유엔 지위를 획득하고 진정한 국제기구로 거듭났으니 정부는 물론 경기도 역시 WTA에 적극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