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동의 시각] 반성 없이 권력만을 탐하는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며
상태바
[김갑동의 시각] 반성 없이 권력만을 탐하는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며
  • 김갑동 대표이사
  • 승인 2021.04.15 0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갑동 수원일보 대표이사

 

 

정치인들은 왜 권력을 가지려고 몸부림치는 걸까. 물론 정치인 뿐 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지만 유독 정치인들의 집착은 유별나다.

  권력을 잡고 못 잡고에 따라 처하는 입지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일까? 경우에 따라선 목숨까지 담보할 정도니 말이다. 뿐만 아니다. 최고 권력자로 가기 위한 당사자는 물론 그 뒤에 줄을 서는 소위 추종자들도 권력을 잡지 못할 경우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다.

 우리의 정치사를 비롯 세계정치사에서 수없이 봐왔다. 나라별로 사용하는 용어도 숙청, 정적제거에서부터 적폐청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하던 시대도 있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권력이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엔 안 그랬다. 왕권으로부터 권력이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의 권력을 나누거나 독차지하려는 붕당정치의 폐해가 곳곳에 등장하기도 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멸족(滅族)이라는 형벌이다. 권력싸움에서 패배한 당사자는 물론 일가친척, 추종자들까지 다시는 정치에 나서지 못하게 아예 목숨을 앗아가는 형벌이다. 그야말로 ‘씨를 말리는 공포의 형벌’ 그 자체였으니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내용을 보면 더욱 소름이 돋는다. 반역을 꾀하거나 왕권에 도전하는 불경(不敬)을 저지를 경우 ‘부모·형제·처자’ 또는 ‘친가·외가·처가’ 3족(三族)은 물론 ‘부계 4친족’ ‘모계 3친족’ ‘처가 2친족’ 등 9족이 참혹한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사안에 따라 10족이라 해서 죄인의 스승이나 문하생을 포함하기도 했다. 지금도 정치가 무섭다는 것은 이 같은 연유에서일 것이다. 지금도 사법적,경제적,사회적으로 사람 죽이고 살리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실감난다.

 어찌하였거나 9족이나 10족을 멸했다는 사례는 중국 이외에 고려·조선시대엔 찾기가 어려운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3족을 극형에 처하거나 참수했다는 기록은 여럿 남아 있다. 이는 당시 적었던 인구분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정에서 웬만한 벼슬을 차지한 가문이면 친인척 관계가 워낙 복잡한 데다 형을 집행할 경우 인재를 다 죽일 판인데, 집행이 쉽지 않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폐족형(廢族刑)이다.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뜻한다. 목숨만은 살려주고, 후손이 대대로 정치를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나 혹독한 형벌이었겠는가. 당시로선 양반임을 포기케 하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임을 감안하면 그 고통을 가늠케 한다.

 다산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정조의 총애를 받았지만 정조가 죽은 후 권력에서 밀려나 폐족이라는 형벌을 받은 다산은 전남 강진(康津)으로 유배를 간뒤  부인으로 부터 빛바랜 다홍치마를 받는다. 

 다산은 그 치마를 잘라 ‘두 아들에게 답함(答二兒)’이라는 26통의 편지를 썼다. 장문인 이 편지에서 다산은 "우리 집은 망한 가문, 폐족(廢族)이다. 글을 읽지 않고 몸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 어찌 사람 구실을 하랴" 하면서 폐족을 수없이 거론한다.

 자신이 큰 죄를 지어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됐고  때문에  좌절할 자식들에게 그래도 바른 마음가짐과 책 읽기를 간절히 당부하는 다산의 심정, 아마 찢어지는 마음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산은 폐족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억울함보다는 자책과 반성으로 한 단계 성장하며 무에서 유를 쌓아 올렸다. 당대의 학자, 저술가로 거듭남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자신이 폐족으로 밀려나게 된 패배의 책임을 자신 스스로가 진 것이나 다름없다.

 조선시대와 같은 정치적 형벌이 사라진 현대에 와서 이런 의미의 폐족을 자처하는 정치인이 여럿 나왔다. 그중 2007년 12월 대선에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참패한 후 “집권 10년의 역사를 계속해서 지키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 “우리는 폐족이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다른 일로 영어의 몸이 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중심이었다. 석고대죄가 통했는지는 모르지만 4년전 그 민주당은 다시 권력을 잡았다.

  4.7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여야 가릴 것없이 권력을 향한 몸부림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사퇴했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를 뽑는 선거가 진행 중이다.

 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 대선을 비롯한 차기 선거에서 정치적 폐족이 되지 않기 위한 진용 짜기가 한창이다.  따라서 각 당내 줄서기도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개중에는 그동안 절대 권력, 혹은 국민의 대변인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국민의 신망을 잃게 한 책임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반성없이 폐족을 면하려는 이들의 행보, 과연 국민들은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