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동의 視角] ‘언론중재 일부 개정안’은 언론자유를 옥죄는 과잉 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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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동의 視角] ‘언론중재 일부 개정안’은 언론자유를 옥죄는 과잉 규제다
  • 김갑동 대표이사
  • 승인 2021.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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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일보 대표이사 / 전 한국기자협회 인천경기기자협회장

 

개인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타인의 인격권인 명예는 모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두 권리의 우열은 쉽사리 가를 수 없다. 따라서 우리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는 보장하되 명예 보호와의 관계에서 일정한 제한을 받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7월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 없이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단독 발의에 의해서다. 

하지만 이 법은 명백히 언론자유를 옥죄는 과잉 규제다.

여러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바로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과 '국민 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미디어 바우처법) 도입이다.

우선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보자.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른 피해자는 인정되는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해 5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범위에서 손해액을 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법안 내용이 악의나 왜곡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해 사안에 따라 ‘이현령비현령’이 될 소지가 높다. 특히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니라 언론사에 둔 것은 현행 민법 체계와 충돌할 뿐만 아니라 취재활동을 위축시킬 우려도 크다. 손해배상을 징벌적으로 하겠다면서 입증 책임까지 언론사에 넘기는 것은 앞으로 보상금을 받고자 사소한 트집을 잡아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남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나아가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우려는 국회 입법 조사처 보고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선진국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민법상 손해배상 절차에 따라 피해를 구제할 뿐이며 영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라는 보고도 했다. 이런 사실에 비춰 볼 때 이번 언론 징벌적손해배상제가 얼마나 시대착오적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부개정안에 들어있는 '국민 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미디어 바우처법) 도입도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민들이 투표권 행사 형식으로 언론사 기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 광고비 집행에 반영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이 참여해 언론을 평가한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론 2000여 개에 달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연간 광고비 1조원을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간여해 언론에 영향을 주겠다는 속내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법에는 이번 개정안 말고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언론은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해서는 안되며 이를 침해한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그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굳이 관련 법률을 언급하지 않아도 언론의 부당한 기사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많이 있다. 그럼에도 여러 독소 조항을 담고 있어 새로운 법을 만든다는 것은 옥상옥이나 다름없다. 집권세력에 불리한 기사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개혁은 보통시민들을 위해 추진돼야 하며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혹여 일부 집단, 특히 정권을 보존하려는 정치집단을 위해 언론개혁을 추진하고 입맛에 맞는 법을 만든다면 언론의 자유는 훼손되고 시민의 알 권리는 지켜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은 철회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