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위원과 인수위 산하 TF단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이영미술관 관련 TF단’이란 것이 눈에 띄어 관심 있게 살펴봤다.

이영미술관은 나와 (사)화성연구회 회원들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영미술관은 화성연구회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 김이환 관장이 사비를 들여 만든 사립미술관이다. 미술관 이름은 김관장 부부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서 붙였다.

돈사를 개축해 만든 초기의 이영미술관. (사진=이용창 사진작가)
돈사를 개축해 만든 초기의 이영미술관. (사진=이용창 사진작가)

2001년 수원시와 경계지점인 용인 기흥에 개관한 이영미술관은 박생광(1904~1985), 전혁림(1916~2010)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미술 관련 도서·자료 2만여 점을 소장한 경기도 최초의 사립미술관이었다.

본인이 공직 은퇴 후 운영하던 양돈장을 개조해 만든 곳이었지만 풍광이 좋아서 자주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박생광 전, 전혁림 전 등 대규모 기획전시회를 비롯, 문화행사도 자주 열렸다. 화성연구회가 펴낸 책자 출판기념회, 나라만신 김금화 굿판, 경기도당굿 인간문화재 오수복 굿판, 시인과 화가가 어우러지는 누드크로키 등 우리는 그ㄴ곳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박생광 탄샌 100주년 기념 특별행사가 열린 이영미술관.(사진=이용창 사진작가)
박생광 탄샌 100주년 기념 특별행사가 열린 이영미술관.(사진=이용창 사진작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예고 없이 다녀갔다.

2005년 11월 전혁림 작가의 신작전 '구십, 아직은 젊다'가 열리는 이영미술관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전시된 작품 '통영항'을 보고 감탄했다.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91세의 작가는 4개월간 작업에 매달린 끝에 새로운 '통영항'(2006)을 완성했다. 가로 7미터 세로 2.8미터 1000호짜리 대작이었다. 이 작품은 현재 청와대에 걸려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집권 시기에 내려져 수장고에 들어갔다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뒷얘기. 당시 나는 무예24기에 심취해있던 터라 오전에 수련을 하다가 진검을 멘 채 이영미술관 개막식에 갔는데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 사람들이 자꾸 내 뒤를 따라다녔다. 눈치조차 못 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시간 노무현 대통령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큰일 날 뻔 했다. 대통령이 있는 곳에 진검을 메고 갔으니...아마 박정희·전두환 대통령시절이었으면 곧바로 잡혀가 ‘국가원수 시해미수범’ 쯤으로 혼쭐이 날 수도 있었을 터.

그 정도로 청와대 경호원들은 열린 경호를 했던 것이다.

이후 미술관 터는 도로 용지로 편입됐고 2008년 경부고속도로 수원 나들목 근처, 흥덕지구로 자리를 옮겼다.

2만여㎡의 부지에 지상 3층의 본관과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을 위한 시설 등 연면적 2000여㎡의 전시·부대 공간을 갖췄다. 아름다운 야외 조각공원과 정원, 초가 흙집도 지었다.

신축 개관기념전 때에는 화성연구회 회원들이 나서 손님 안내와 정리, 식사준비까지 거들었다. 당시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시인, 언론인, 역사학 박사, 교수 및 교사, 건축사, 도시계획 전문가, 사진가, 공직자, 의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크게 인정받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허드렛일을 마다 않고 흔쾌히 나섰다.

그때 신축개관기념전에는 박생광,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이재삼, 정상화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작가의 평면 작품 200여 점과 조각 20여 점, 뉴미디어 설치 작품 108여 점 등이 전시됐다.

이영미술관에 소장 중인 주요 작품으로는 박생광 작가의 '명성황후' '가야금 치는 여인' '신기루 두 번' '경주 토함산 해돋이' '성산일출봉' 전혁림 작가의 '코리아 판타지' 한용진 작가의 '막돌 다섯' '청색과 검은색' 등이 있다. 국보급들이다.

하지만 이영미술관은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런 이영미술관이 재정난 끝에 축소 이전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기어이 매각됐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지난 2020년 김이환 관장은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 달 관리비만 2000만원이 넘게 나온다. 수익은 없는 상황에서 견딜 길이 없다”며 매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용인시에 기증을 제안하며 시립미술관으로의 전환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고 한다. 안타깝다.

인적이 끊긴 이영미술관 본관.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인적이 끊긴 이영미술관 본관.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김 관장은 매각에 앞서 2020년 6월 수원지역 작가 개인·단체전 포스터, 리플릿, 수원시의 대표적인 전시공간이었던 '크로바백화점'·'소나무갤러리' 등의 이미지와 전시 리플릿 등 수원 지역 미술사 관련 자료 1069점을 수원시에 기증한 바 있다.

듣자하니 매각된 이영미술관 부지 아파트 개발사업을 두고 주민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단다. 남의 동네일에 참견할 수는 없지만 이영미술관의 자취라도 남겨뒀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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