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빵의 나라로 불리게 된 데는 제빵 장인들의 피나는 노력과 눈물의 노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천연 효모만을 사용, 혹독한 과정을 거쳐 빵을 생산해 냈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전통 효모를 사용하면 24시간 빵을 구우면서 효모를 4번이나 다시 첨가해야 한다.

이같은 일을 하는 제빵사가 일반적인 삶을 살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적어도 18세기부터 그랬다. 하지만 제빵실에서 쪽잠을 자며 3시간마다 일어나 천연효모를 새롭게 투입한 덕분에 프랑스 빵은 맛좋기로 유럽 최고가 됐다.

눈물과 땀이 젖은 빵 제조 방식은 곧 기계화로 변화의 시기를 맞는다. 전통적인 방법 대신 이스트와 오븐이 등장했고 대량 생산도 가능해졌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빵 소비도 점차 줄어들게 됐다. 18세기 1인 하루소비량이 900그램 정도였던 것이 1900년대 650그램 정도로 줄었고 20세기엔 350그램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덩달아 제빵 장인들의 감소와  빵의 질도 떨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왔다. 이같은 현상은 식생활의 변화로 빵이 생존 필수요소에서 멀어진 탓도 있으나 제빵기술의 변화로 맛과 풍미를 잃어버린 탓이 더 컸다.

'바게트'는 이런 환경속에서 태어났다. 시기적으론 1920년경으로 추산된다. 당시 부르던 빵의 일종이지만 독특한 모양 때문에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바게트 풀네임은 ‘바게트 르 빵(baguette Le pain )이다. 직역하면 ’빵막대‘다.

생김새 역시 막대처럼 길쭉하게 생겼다. 물론 탄생의 비화도 여럿 있다. 루이 14세 때 이미 막대 형태의 빵이 있었다는 사실과 19세기 1.8미터에 달하는 빵 이야기가 전해 온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나폴레옹과의 관련 설도 있다. 나폴레옹이 병사들을 위해 행군 시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걷기 편하도록 길쭉한 모양의 빵을 고안해 냈는데 이로부터 바게트가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바게트처럼 가늘고 길쭉하게 생긴 오스트리아의 팽 비에누아라는 빵이 1800년에 들어와서 발전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 빵은 지금처럼 스팀 오븐으로 만들어서 신뢰를 갖게 한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제빵업자들의 근무시간 관련설에 무게를 둔다. 이유는 1920년 10월 제빵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프랑스 노동법에 근거 한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밤샘근무가 일상이었던 제빵사들이 아침식사 시간에 빵을 구워내지 못하자 제빵시간 단축을 위해 가늘고 길쭉한 모양의 빵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빵이 오늘날의 바게트라는 것이다.

아무튼 프랑스어로 ‘지팡이’라는 뜻의 바게트는 곧 쇠퇴하는 전통 빵의 새로운 버팀목으로 등장했고 1980년대 전환기를 거치면서 프랑스 ‘국민빵’으로 등극했다. 제빵장인들이 나서 천연발효종을 이용한 반죽과 전통방식의 오븐을 대량생산에 결합시킨 덕분이다.

프랑스 정부도 1993년 ‘프랑스 전통 바게트 법’을 제정해 바게트의 품질 관리에 나서 더욱 바게트의 명성을 높였다. 1993년 법으로 바게트 재료도 규정했다.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전통효모)만을 사용토록 한 것이다. 정해진 기본 재료가 아닌 다른 재료를 추가로 사용해서 만든 빵은 바게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이렇게 만든 정통 바게트는 아무 맛이 없는 무미(無味)를 정석으로 친다. 바게트에다 치즈, 햄, 등의 맛을 내는 다른 것들을 곁들여 먹는 것이기 때문에 바게트 자체에는 맛을 첨가하지 않아서다. 우리가 밥을 주식으로 하면서 반찬을 먹는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된다.

6600만 명인 프랑스에서 한 해 팔리는 바게트는 100억 개에 이를 정도로 소비량이 엄청나다. 1유로, 약 1360원이라는 싼 가격이 장점이긴 하지만 풍미와 맛이 프랑스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는 덕이다. 거기에 삶이자 문화·낭만으로 여기는 프랑스인의 사랑까지 곁들여져 에펠탑, 샹송 등과 함께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3대 아이콘으로 등극 한지 오래다.

프랑스 국민 빵 ‘바게트’가 엊그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프랑스인들로부터 ‘일상에서 마법과 같이 완벽한 250g’ ‘매일 하는 의식이자, 식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나눔과 즐거움의 동의어’라는 찬사를 받아온 바게트가 미래에도 장인 정신과 사회적 관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됨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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